부산법원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C와 공모하여 자원봉사자 B 등에게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받아들였다.
원심 및 환송전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을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C에게 지시하여 자원봉사자 B 등에게 선거운동 관련 수당을 지급하도록 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 등에 대한 수당은 불법적이기나 하나 선거비용의 일환으로 지급된 것이다. 피고인은 선관위에 등록된 선거사무원도 아니어서 선거운동원의 수당지급을 책임져야 할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고, 수당지급에 관여할 이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C는 피고인과 함께 수사를 받는 입장으로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 할 동기가 있고, C가 B 등에게 지급한 수당(168만 원)의 출처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에게 책임이 돌아가면 E의 당선이 무효( 공직선거법상 회계책임자나 선거사무장이 벌금 300만원 이상 확정)로 될 위험성이 있어 이를 차단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C의 전후 모순된 진술 가운데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B에게 수당을 지급하였다’는 부분에만 신빙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은 정치경험이 많고 그에 따라 선거운동에 있어 자원봉사자에 대한 금품제공이 불법임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피고인이 불법적인 대가 지급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본인의 위험부담 하에서 이를 책임지기로 했을 것으로 선뜻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0년 4월 15일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주환 의원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제7대 연제구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C는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J’의 회장이며, B, D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사무원으로 신고되지 아니한 사람으로서 2020. 4. 3.부터 2020. 4. 14.까지 12일 동안 위 E의 선거사무실에서 전화 선거운동(‘TM’)을 한 자원봉사자이다
누구든지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하여 수당ㆍ실비 기타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당ㆍ실비 기타 자원봉사에 대한 보상 등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 또는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의 약속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0년 4월 14일 오5시 59분경 위 B로부터 “본부장님 T.M 활동비 의원님 께서 주신다고 하는데 어떻게 됩니까? 본부장님 활동비 어떻게 합니까”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위 B에게 “예 알겠다고 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후 B에게 전화하여 수당의 지급을 약속했다.
이후 피고인은 2020년 4월 15일 오전 8시 51분경 B로부터 B의 계좌 번호와 위 D의 통장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전송받자 C에게 전화해 수당 지급을 지시하고, C는 같은 날 오전 9시 44분경 B에게 전화하여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한 후 2020년 4월 17일 오후 4시 40경 B를 만나 B와 위 D의 12일치수당 각 84만 원씩 합계 168만 원을 현금으로 교부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선거운동과 관련해 금품제공을 약속하고, 피고인은 C와 공모해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부산지법 2021.1.15. 선고 2020고합396판결)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피고인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를 제기했다.
피고인은 "전화 선거운동 자원봉사자인 B에게 수당 지급을 약속한 사실이 없고, 원심 공동피고인 C에게 B, D에 대한 수당 지급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환송 전 당심(부산고법 2021.5.12. 선고 2021노47판결)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금품제공 약속으로 인한 공직선거법위반 의 점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받아들여 이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금품제공으로 인한 공직선거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했다. 위 유죄 부분과 일죄 관계에 있는 금품제공 약속으로 인한 공직선거법위반의 점은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환송 전 당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대해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을 주장하면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고, 검사는 상고를 제기하지 않았다.
대법원(2021.8.12. 선고 2021도6379판결)은 환송 전 당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를 받아들여 그와 일죄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을 포함한 환송 전 당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
이와 같은 경우 환송 전 당심판결의 이유무죄 부분은 유죄 부분과 일죄 관계에 있어 이 법원에 이심되기는 하나, 검사가 그 이유무죄 부분에 관하여 상고를 제기하지 않은 이상 당사자 사이의 공격·방어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 사실상 심판대상에서 이탈되므로 이 법원이 그 부분을 다시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8922 판결 참조).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금품제공으로 인한 공직선거법위반의 점에 한정되고, 금품제공 약속으로 인한 공직선거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환송 전 당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