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2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단독 김도요 판사는 2022년 4월 5일 아파트 경비원 A씨(원고)가 용역관리업체 B사(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사(피고)는 원고에게 246만2535원 및 이에 대하여 2021.6.1.부터 2022.4.5.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가집행 가능)"고 판결을 선고했다(2021가소10678).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A씨는 2018년 9월 아파트 관리용역업체 B사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8개월 가량 모두 다섯 차례 재계약을 맺으며 근무하던 중 2020년 8월 B사로부터 갑작스럽게 ‘근무 불성실’을 사유로 근로계약 갱신거절 통지를 받았다.
A씨는 근무기간 중 근무성적을 평가받지 않았고, 잘못을 저질러 시말서나 경위서를 제출한 적도 없었다. A씨는 근로계약 갱신 거절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원직복직과 해고기간중 임금을 지급토록 하는 판정을 받아냈다.
그러자 B사는 A씨에게 이전에 근무했던 해운대구가 아닌 동구의 한 아파트에 근무토록 일방적인 전보발령을 냈다. 또한 미지급 임금 1200여만원 중 975만원만 지급했다. 결국 A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러한 갱신거절의 통지는 부당해고와 동일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거나, 선택적으로 피고는 부당해고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사는 "원고는 갱신기대권이 없거나, 갱신기대권이 있더라도 근로계약서 제12조 제1항 (마)호에 근거하여 아파트 관리소장의 교체요구를 받고, 원고의 업무평가결과 갱신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갱신거절을 한 것이므로, 이는 불법행위나 정당한 사유없는 갱신거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불법행위의 경우 손해배상책임의 판단에 있어서 원고의 과실이 상게되어야 한다"고 항변 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도요 판사는 판결이유를 적지 않는 소액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장문의 판결 이유를 제시하며 핵심 쟁점을 짚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작성한 감독일지에 A씨로 인한 민원이 발생했다고 기재되었으나 김 판사는 “여러차례 가필된 형태로 작성됐다”며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와 관련한 민원에 대해 B사는 구체적 사건을 집어 제시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원거리 전보발령에 대해서는 애초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근무장소와 다르고, 최소한의 피해회복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전보발령에 의한 복직은 적절한 원직복직 조치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A씨는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고, B사의 갱신거절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라고 판단했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측 정재훈 공익법무관은 “짧은 기간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이 근로자의 지위를 불안하게 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갱신거절이 정당한지에 관해서는 사용자 측에서 엄격하게 입증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