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술마시고 오토바이 운전 벌금형 원심 파기 무죄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등 위법한 수사절차 중에 작성 위법수집증거 기사입력:2022-05-16 09:29:24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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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법 제3-2형사부(재판장 정석원 부장판사·성경희·이영철)는 2022년 5월 10일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운전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혐의로 기소된 피고인(40대)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대구지법 서부지원 2021.11.4.선고 2020고정838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2021노4362).

재판부는 피고인의 음주수치를 기재한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음주운전단속결과통보,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는 모두 위법한 수사절차 중에 작성된 것들로서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달리 피고인의 음주운전 당시의 음주수치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양형부당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항소법원의 심판) 제6항(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을 하여야 한다)에 의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판결했다.

(다시쓰는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0년 8월 3일 오전 4시 25분경 대구에 있는 ‘C’ 앞 도로에서부터 같은 구 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 이르기까지 약 650m 구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00%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전했다.(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후단)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무죄의판결-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피고인은 1)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운전한 후 귀가하여 자고 있던 중에 경찰관들이 음주측정을 위하여 피고인의 동의 없이 피고인의 주거에 들어 온 것은 주거침입에 해당하고, 이는 음주운전의 증거 수집을 위한 강제조사로서 위법한 수사에 해당한다. 2) 피고인의 동의 없이 피고인의 방에 들어와서 음주측정을 요구하여 그 결과를 기재한 주취운전자정황진술보고서, 음주운전단속결과통보는 불법적인 수사절차 중에 작성된 것이고, 피고인이 채혈을 요구하여 이루어진 감정의뢰회보(감정서)도 마찬가지이므로, 위 증거들은 모두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3) 검찰이 제출한 CD(증거목록 50번)는 원본의 내용대로 복사된 자료임을 인정할 자료가 없어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4) 따라서, 위법수집증거들을 근거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경위) 2020년 8월 3일 오전 4시 25분경 신고자는 피고인이 오토바이를 비틀비틀 운전하던 중 자신의 오토바이를 스치면서 위험하게 운전하는 것을 보고 음주운전을 확신하고, 경찰에 신고를 한 후 피고인을 추적해 피고인의 집 앞에까지 따라가서, 피고인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들을 기다렸다.

경찰관들은 같은 날 오전 4시 33분경 출동지령을 받은 후에 3~4분이 지나 피고인의 집에 도착, 경찰관들은 피고인 집의 열려진 대문과 현관문을 통해 피고인이 자고 있던 방 앞에까지 도착해 약 10분간 방문을 두드리면서 피고인을 불렀으나, 피고인의 응답이 없자 피고인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서 피고인을 깨웠으나 깨지 않자 일단은 방에서 나왔다. 당시 집주인과 동네 주민이 소리를 듣고 피고인의 집 주위에 나와서 서성거렸고, 집주인이 경찰관들에게 소란을 피우는 것을 항의하기도 했고, 신고자도 근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관들은 일단 방에서 나온 후에 경찰청 현장법률 365, 성서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등에 수사방법을 문의했으나 적절한 대답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수사는 어렵다고 판단한 후에 임의수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날 오전 6시 30분경 재차 피고인의 방에 들어가 피고인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고,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시인하고 음주측정에 응하자 그 결과를 기재한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음주운전단속결과통보를 작성했다(당시 음주수치 0.148%). 또한 피고인이 채혈로 음주수치를 측정할 것을 요구, 피고인을 인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간 후 채혈을 했고, 그 결과 음주수치는 0.202%였다(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항소심 재판부는 술에 취해 자던 피고인이 경찰관들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묵시적이거나 추정적으로 승낙했다고 볼 수 도 없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동의 없이 방에 들어간 것은 명백하다.

경찰관들은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에 따라 체포와 피의사실,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등을 고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고지를 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방에 처음 들어간 행위는 피고인의 동의가 없었고 현행범 체포절차 등 이를 법적으로 정당화할 사유가 없으므로 위법한 수색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경찰관들이 두번째로 피고인의 방에 들어갔을 때에는 최초 음주운전을 인지하고 피고인의 방에 들어가서 임의로 퇴거한 때부터 이미 한 시간도 더 지났으므로, 시간적으로 범행과의 관련성도 존재하지 않았고, 장소와의 관련성도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역시 피고인의 동의가 있었거나 그 행위를 정당화할 사유가 없으므로 위법하다.

만일 그때까지도 피고인의 몸에서 아직도 술 냄새가 나고 말을 어눌하게 하는 등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범행 직후와 시간적ㆍ장소적으로 연관이 있어 준현행범(형사소송법상 현행범인 간주)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관들이 현행범의 체포절차를 거친 증거가 없으므로, 이점에서도 위법하다. 따라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방에 들어간 행위를 정당할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음주운전단속결과통보,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는 모두 위법한 수색절차에서 생긴 것이므로, 위법수집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검사의 임의수사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검사는,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방에 들어갔을 때 어떠한 강제력을 행사하지도 않았고, 그 목적은 피고인을 깨워 범죄의 혐의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며, 당시 음주감지조차 되지 않았던 상태여서 수사를 개시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에 들어간 것은 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신고자의 신고에 따라 출동했고, 음주운전에 대한 상당한 의심을 가지고 피고인의 집에 들어간 것이므로 수사를 이미 개시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만일 경찰관이 피고인의 상당한 정도의 범죄를 의심함이 없이 단순히 범죄를 물어볼 목적이 있다고 해도, 야간에 피고인의 집에 피고인의 동의나 법적인 근거도 없이 무단으로 들어간 후 피고인을 깨워 물어 볼 수는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채혈로 인한 음주측정결과의 증거능력 주장에 대한 판단) 검사는, 피고인이 채혈을 요구하여 한 음주측정결과는 절차적인 하자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① 이 사건의 경찰관들은 현행범체포 절차 등 형사소송법상의 절차를 준수하지도 않은 점에서 경찰관들의 잘못이 크고, ② 위법한 수사 중에 취득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그 사용을 부정하되, 예외적으로 그 사용을 고려할 수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위법하게 수사가 개시된 상태에서 호흡측정을 통한 음주수치를 확인한 후, 음주운전을 부인 내지는 죄책을 경감하기 위한 목적에서 채혈을 통한 음주측정을 요구했는데, 그러한 피고인의 의도를 무시하고 오히려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로서 채혈 결과를 사용하는 것은 부당해 보이며,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음주측정을 할 당시에 음주측정을 요구한 경찰관 B에게 “1시간 있다가 하자”. “아 이 사람들 진짜 뭐하는 겁니까 지금” 등의 말을 하면서 이의를 하다가, 갑자기 음주운전을 시인했는데,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한밤중에 술에 취해 잠을 자다가 경찰관들이 들어와서 음주운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일단 거부하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고, 계속된 경찰관들의 요구와 질문에 음주운전을 시인하고 음주 측정에 이른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채혈을 요구할 당시에는 이미 심리적으로 위법한 수사의 영향 하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런 상황 하에서 피고인의 요구로 한 채혈로 인한 음주측정의 결과에 굳이 증거능력을 인정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피고인의 동의로 적법한 수가가 되었는지 여부) 피고인이 사후에 승낙했다고 하여 경찰관들이 임의로 피고인의 방에 들어간 선행행위가 소급하여 적법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위와 같이 말을 할 때에는 피고인이 경찰관들에 의하여 막 잠이 깬 직후라서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던 점과 연속된 대화의 뒷부분에는 피고인이 경찰관들에게 ”1시간 있다가 하자“는 등으로 이의를 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 동의가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동의 없이 주거에 들어간 행위를 소급하여 적법하게 할 의도로 말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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