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항소심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무죄 원심파기 실형…미필적 고의 인정

기사입력:2022-05-31 10:28:31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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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상균 부장판사·이호선·민경준)는 2022년 5월 26일 피해자 7명으로부터의 피해액 합계가 1억 원을 상회하는 보이스피싱 범행(사기)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검사의 항소(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1. 7. 21. 선고 2020고단3592 판결)을 파기하고, 현금수거책인 피고인(50대)에게 징역 1년2월을 선고했다(2021노2714).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조직원들과 명시적으로 그 범행을 모의했던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교부받아 전달하는 돈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통해 편취한 것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상태에서 다른 가담자들과 순차적‧암묵적으로 공모,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는 다수의 일반 서민들을 상대로 조직적·계획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 피해자에게 상당한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끼치고 우리 사회 전반에 불신 풍조를 양산하는 등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매우 심각한 점, 피해자 7명으로부터의 피해액 합계가 1억 원을 상회하는 점, 보이스피싱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에도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자 5명과 합의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범행으로 얻은 수익은 그리 많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
[항소심판단] ①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받고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한 다음 이를 또 다른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는데, 이러한 행위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서 총책 내지 유인책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직접 편취금을 건네받고 상선에 전달하는 ‘현금수거책’의 전형적인 역할에 해당한다.

② 피고인은 자신이 채권추심 업체에 채용되어 채권추심 업무를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에 대한 채용 절차 과정에서 피고인은 신분증 사본,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 사진만을 찍어서 카카오톡으로 전송했을 뿐 별도의 면접을 거치거나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임금 및 처우 등에 관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도 않았다. 또한 피고인은 자신을 채용하는 업체나 채용 담당자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단지 성명불상자로부터 텔레그램 또는 전화를 통해서만 지시를 받아 현금의 수거 및 전달 업무를 했다. 이와 같은 이례적인 채용 절차와 조직적이고 은밀한 업무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과거에 4-5년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도소매 개인사업을 한 경험도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수행한 업무가 단순히 대부업체의 추심업무를 넘어서 매우 은밀한 방법으로 돈을 수거하는 범죄조직에 가담하는 행위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③ 피고인은 경찰에서 ‘D’ 사이트에서 물류전문 회사 ‘E’ 구인구직 광고를 통해 이 사건 범행을 접하게 되었는데, 당시 근무조건은 월 300만 원 또는 월 270만 원, 의료보험 보장, 일비 5만원이었다고 하나, 실제로는 현금수거 직후 성명불상자가 텔레그램을 통해 정해주는 대로 건당 20만 원 내지 3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이는 피고인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과 난이도에 비추어 볼 때 과다한 액수라고 봄이 상당하다.

④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금원을 각기 다른 명의로 100만 원씩 나누어 무통장 입금의 방법으로 송금했는데, 이러한 송금 방식은 피고인의 앞에서 본 경력 등에 비추어 볼 때 불법적인 업무의 일환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⑤ 나아가 피고인은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사칭하거나 저축은행 직원의 부탁으로 왔다고 기망해 피해자들로부터 피해금 수천만 원을 건네받았고, 범행 직후 텔레그램 내용(업무지시 내용, 무통장 입금 내역 등)을 삭제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를 삭제해 왔다. 피고인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에 의하면 성명불상자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은행 도착하면 연락주세요, 30만 원 빼놓으시고요, 1170 입금처리 부탁드립니다, 대화내용 지우기’ 등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⑥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는 전체적인 범죄를 계획하고 지시하는 총책,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을 교부하도록 하는 유인책, 피해자들로부터 직접 현금을 건네받아 전달하는 수거책 또는 전달책 등이 단계별로 역할을 나누어 조직적으로 행하는 범죄로서 각 범행이 합쳐져야만 전체 범죄가 완성된다. 이 중 피고인이 행한 현금 수거책으로서의 역할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의 교부라는 재산 처분행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으로 사기죄 구성요건의 주요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특히 피고인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정도를 넘어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기망하고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지급받아 전달하는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했므로, 단순한 방조를 넘어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 정도로 가담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⑦ 또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수년 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어 범행의 수법과 그 해악이 각종 언론이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고, 온라인 거래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거액의 현금을 주고받는 일은 보이스피싱범죄 외에는 상정하기 어렵다.

⑧ 피고인이 초기에 편취한 일부 피해자에게 자신이 대구에서 왔다고 밝힌 것으로 보이나, 당시 말투가 경상도로 보였다는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말투를 통해 지역을 특정할 수 있는 정도의 인사를 한 것으로 보일 뿐 자신을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밝힌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2020. 4. 17.경 범행 피해자에게는 자신이 대전에서 왔다고 밝혔고, 2020. 4. 14.경 범행 당시 이용한 택시기사에게는 서울에서 왔다고 밝히는 등 자신의 신원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

⑨ 피고인이 검거된 경위에 대하여 살펴보면, 이동동선에 대한 CCTV 추적수사 결과 2020. 4. 6.경 ‘평택시’에서 돈을 편취한 후 10분 이상 도보로 이동하여야 하는 ‘평택시’에서 택시를 승차했는데, 이는 대로 뒤편의 이면도로에 해당하여 이동경로가 이례적이고, 다른 범행 당시 범행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면서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설명할 수 없고, 내가 가자는대로 가자’고 한 뒤 좌회전, 우회전을 지시하는 등 자신의 행적을 숨기려고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였다. 그 외 범행의 경우에도 범행 장소에 도보로 이동하면서 일정 정도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택시를 타온 것으로 보인다.
⑩ 피고인에 대한 최초 조사 시(2020. 4. 18.)에는 ‘총 몇 회에 걸쳐 현금을 수거하였냐’는 질문에 3회라고 답했으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당시 13회 정도 현금을 수거했음에도 이를 은닉하려고 했다. 다만, 이후 나머지 다른 범행에 대한 조사를 받으면서 비로소 자신의 범행을 스스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은 2020년 4월 3일 오전 10시경 피해자 B에게 전화하여 동원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며 “저금리로 대환대출이 가능한데, 기존 오케이저축은행과 아주저축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 은행 직원이 찾아갈 테니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

이에 피고인은 같은 날 오후 3시 40분경 ‘C 일산동구점’에서 마치 은행 수금 직원이 대출 상환금을 수금하러 온 것처럼 행세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B을 재차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B으로부터 대출 상환금 명목으로 현금 2,480만원을 교부받았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해 2020년 4월 3일경부터 4월 17일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해 7명의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1억 3239만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은 온라인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물류회사 구인공고를 보고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알게 되었고, 그 지시에 따라 취업에 필요한 신분증 사본,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카카오톡으로 송부한 점, ② 매일 단정한 옷차림으로 동대구역에 출근하여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여 조직원에게 전송하는 등 그 취업경로와 출근태양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정상적인 업체에 취직하는 것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③ 피고인은 지시에 따라 서울, 부산, 평택, 청주 등지로 이동하여 수금을 하고 일비 명목으로 1일당 약 10만 원 정도를 받았을 뿐 편취금액에 비례하는 수당을 받지는 않았으며, 교통비, 식비를 고려하면 취득한 수익이 업무에 비해 과다하여 불법적인 것임을 의심케 할 만한 정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④ 피고인은 50여년 간 아무런 전과가 없고 처와 세 자녀를 부양하는 중년의 가장인 점, 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 역할인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수사과정에서는 자신이 경험한 바를 비교적 성실하게 진술했고 아직 신고가 되지 않아 경찰이 파악하지 못한 범죄사실을 먼저 알리기도 했던 점, ⑥ 일반인이 번거롭게 현금수거책을 보내서 현금을 전달받은 후 다시 입금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신종수법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사건을 접해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보이스피싱임을 알기 어려운 점, ⑦ 2020년 3~4월 당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면접절차 없이 취직하는 경우가 비상식적이라 하기 어렵고, 피해자들을 만났을 때 성명이나 출신지를 밝혔으며, 본인의 업무를 악성채권 회수업무로 이해한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금융기관의 외주를 받아 위와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세금문제로 여러 계좌로 쪼개어 입금한 것이라고 설득될 수 있는 점, ⑧ 보험회사 영업직 경력만으로는 일반인보다 금융지식 및 경험이 풍부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이 관여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이었음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했다거나 예견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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