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이미지 확대보기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정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2021년 6월 8일 모 고등학교 1학년 기숙사 자습실에서 같은 반 학생 F에게 피해학생 E의 어머니에 관한 험담(이른바 피해자의 부모 등을 농담의 소재로 삼아 사용하는 모욕을 의미하는 ‘패드립’)을 했고, F는 6월 10일 피해학생에게 원고가 한 말을 전달했다.
피해학생은 원고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고 피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원고의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를 의결했다. 피고는 2021년 7월 20일 위 의결에 따라 사면사과조치 처분을 했다.
원고는 경상북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위 행정심판위원회는 2021년 10월 26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에 열거된 조치를 받은 경우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졸업할 때까지 보존하게 되므로,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에 일어난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말하는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발생 경위와 상황, 행위의 정도 등을 신중히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에 일어난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의 ‘학교폭력’에 해당하려면, 폭행, 협박, 명예훼손·모욕 등 같은 호에서 열거한 방법 및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가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항고소송에서 원고가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말하는 ‘학교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처분청인 피고에게 있다.
재판부는, 원고가 F에게 피해학생의 어머니에 관한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비록 피해학생이 없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일지라도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원고와 F 둘만의 대화과정에서 이루어진 발언으로 원고가 처음에는 말하기를 주저했으나 F의 계속되는 권유와 비밀보장을 믿고서 발언하게 된 점, 원고와 F가 친한 동급생 친구였고 SNS나 메신저 등 전파성이 높은 통신수단을 매개로 한 행위가 아닌 점, 원고로서는 F의 비밀보장 약속을 믿은 만큼 자신이 한 발언이 피해학생에게 전달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당시 위 발언이 피해학생에게 전달될 것을 예상했다거나 피해학생에게 전달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위 발언에 전파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의 발언이 피해학생과 관련된 것이기는 하지만 피해학생에게 도달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어서 피해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줄 의도로 한 가해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