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망인이 당시 극도의 흥분상태나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소속 부대원들의 가혹행위로 인하여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이에 따른 극심한 고통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을 했다고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 예외사유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소속 부대 선임병들은 망인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하고 야구방망이를 사용해 폭행했다. 망인은 이러한 가혹행위를 소속 부대 간부에게 신고했지만 간부가 망인의 신고 사실을 공개하면서 망인은 부대원들로부터 내부고발자로 인식되어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사망 전날 저녁 망인은 근무자교육 일정을 알지 못해 근무자교육에 약 10분 늦게 참석했는데 부대원들로부터 야유와 비난을 받았다.
망인은 2017년 8월 15일 소속 부대 내 화장실에서 사망했다.
망인의 어머니인 원고는 2016년 8월 8일 망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이 사건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원고는 "망인은 선임병들로부터 모욕, 수모, 폭행, 따돌림 등을 받아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2017. 8. 14. 근무자 교육에 늦었다는 이유로 동료들에게 야유와 비난을 받아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들은 "망인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편입된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서울북부보훈지청은 육군 보통전공사상[사망]심사위원회의 결정 등을 기초로 망인을 재해사망군경 적용대상으로 결정하고, 원고를 재해사망군경유족으로 결정했다.
1심(2018가합569)인 서울북부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이재은 부장판사)는 2019년 6월 13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는 1심판결의 취소를 구하며 항소했다.
원심(2심 2019나2028384)인 서울고법 제24민사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2020년 8월 20일 1심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진료기록 감정의는 ‘망인이 당시 극심한 우울 및 불안 증상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로 감정했으나, 위 감정 결과는 망인의 사망 후 진료기록만을 보고 추정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망인을 직접 진료한 소견이 아니어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감정의가 이후 ‘진료기록상 망인에게 뚜렷한 망상을 동반한 환청 등의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당시 인지능력의 상실이 있었는지를 주어진 자료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라는 용어가 정신과적으로는 생소한 용어’ 라는 취지로도 사실조회 회신한 점 등을 들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사실조회 결과 등을 바탕으로 망인이 우울증의 원인을 회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이로 인하여 극심한 고통에서 죽음을 선택한 것인지 등을 심리해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당시 망인에게 흥분상태나 공황상태 등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등 참조).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2다18762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