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피고인은 2019. 2. 19. 춘천교도소에 수용 중인 피해자 B에게 ‘피해자의 항소심 재판을 위해 변호인을 선임했는데 성공사례비를 먼저 주어야 한다. 며칠 뒤 큰돈이 나오니 영치된 피해자 명의의 신용카드로 성공사례비를 지불한 뒤 카드대금을 금방 갚겠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피고인은 사실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성공사례비를 지불하더라도 그 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해 2019. 2. 22. 춘천교도소에서 피해자로부터 신용카드 1장(이하 ‘이 사건 신용카드’)을 교부받은 뒤, 2019. 2. 26.부터 같은 해 3. 25.까지 이 사건 신용카드로 총 23회에 걸쳐 합계 2999만 원 상당을 결제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해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사기) 피고인은 2018. 11.경에 강원 춘천시에 있는 한 식당에서, 피해자 B에게 “내 통장에 100억 원이 넘는 돈이 있는데, 세금을 못 내서 통장이 압류되었다. 돈을 빌려주면 통장에 있는 돈을 찾아 금방 변제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사실 피고인의 통장에 100억 원 상당의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당시 1,300만 원 상당의 금융채무 및 합계 5,300만 원 상당의 세금체납액이 있는 등 재정상황이 궁핍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정상적으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8. 12. 11.경 피해자의 지인인 C를 통하여 피고인이 사용하는 D 명의인 E 계좌로 200만 원을 송금 받은 것을 비롯, 그때부터 2019. 1. 15.경까지 총 5회에 걸쳐 합계 3940만 원을 송금 받아 이를 편취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피해액이 정확하게 특정되지 않았다거나 법무법인에 선임비로 2700만 원을 결제한 부분은 사기죄와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2021고단2251)인 서울중앙지법 박설아 판사는 2022년 4월 14일 사기 죄에 대해 징역 6월,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죄에 대해 징역 4월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은 사기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매우 많음에도 상당한 자력이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그로부터 7000만 원 상당의 금원을 편취한 점, 피고인으니 그중 2700만 원은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비로 사용돼 이 부분도 사기죄 등으로 처벌맏은 것이 억울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부담할 것처럼 거짓말해 그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해 그 죄질이 불량한 점, 피고인에 대한엄언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피해회복도 모두 이루어 지지 않은 점, 사기죄와 판결이 확정된 사기죄를 동시에 판결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에 편취한 돈 중 5,000만 원을 변제하기로 하는 합의서를 제출했다.
원심(2심 2022노842)인 서울중앙지법 제5-1형사부(재판장 최병률 부장판사)는 2022년 8월 17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기죄에 대해 징역 4월,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죄에 대해 징역 3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 중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의 점은 무죄.
원심은 기망해 취득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는 신용카드 자체를 기망하여 취득한 후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경우에 인정된다고 전제한 뒤, 인정되는 피고인의 신용카드 사용 동기 및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신용카드 '사용권한'을 준 것으로 보이므로 비록 신용카드 사용대금에 대한 피고인의 편취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신용카드 부정사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기망당함으로써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지 않고 이 사건 신용카드에 대한 점유를 상실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신용카드에 대한 사실상 처분권을 취득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신용카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신용카드의 소유자인 피해자를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에 해당하고, 이를 사용한 피고인의 행위는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에서는 ‘강취·횡령하거나, 사람을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사용’은 강취·횡령, 기망 또는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진정한 카드로서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도3977 판결,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5도423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는 문언상 ‘기망이나 공갈을 수단으로 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라는 의미이므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를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그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지 않고 점유가 배제되어 그들로부터 사실상 처분권을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