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만취 승객 자동차전용도로 갓길 하차 사망사건 택시기사 항소심서 무죄→유죄

유기치사죄는 무죄, 업무상과실치사죄 유죄 인정 기사입력:2023-02-14 11:07:27
[로이슈 전용모 기자]
부산고법 울산제1형사부(재판장 박해빈 부장판사·유정우·양백성) 2023년 2월 8일 야간에 술에 만취한 승객을 자동차전용도로 갓길에 하차시켜 과속으로 지나가던 차량에 치어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 유기치사(인정된 죄명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60대·택시기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울산지방법원 2021.4.23.선고 2022고합222)판결을 파기하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울산2021노22).

또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항소심은 1심과 같이 주위적 공소사실인 유기치사죄는 무죄로 판단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인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유기치사의 죄책을 묻기 위해서는 먼저 피고인에 대한 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택시기사인 피고인이 야간에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승객인 피해자가 하차하게 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무죄판결에 대해 검사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검사는 유기치사의 공소사실을 주의적 공소사실로 하면서 업무상과실치사의 공소사실을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했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했다.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9년 4월 18일 오후 11시 44분경 울산 중구 다운로 113-1에 있는 버스정류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 (20대·남)을 승객으로 태운 후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울산대학교 정문으로 갔다가 다시 율리로 가달라는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율리 버스종점 앞 1차선 도로상에서 피해자에게 “율리에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보자 피해자가 “좌회전해서 온산 쪽으로 가주세요”라고 요구하자 그곳에서 자동차전용도로를 따라 온산 방면으로 진행하게 됐다.

이어 4월 19일 0시경 울산 울주군 청량읍 율리에 위치한 자동차전용도로 온산 방면 두현2교 인근 갓길 부근에 이르러 술에 취한 피해자가 그 갓길에 정차된 화물차를 보고 갑자기 하차를 요구하면서 달리는 택시의 차량 문을 잡아당기는 등의 행동을 하여 피고인이 위 자동차전용도로의 갓길에 택시를 정차하자 바로 피해자가 택시에서 하차했고, 피고인은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그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량의 운전사라고 오인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피해자가 하차한 때로부터 4초 후에 정차 장소를 이탈했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는 자동차전용도로에 남겨진 상황에서 같은 날 0시30분경 피해자가 약 30분간 방향감각을 잃고 자동차전용도로를 헤매다가 하차지점으로부터 약 600m 떨어진 자동차전용도로 두현1교 부근을 2차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C가 운전하는 SUV차량 조수석 앞 범퍼 부분에 들이받혀 즉시 그곳에서 사망했다. 앞서 피해자는 2019년 4월 18일 오후 8시 40분경 혈중알코올농도 0.063%의 술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한 사실로 경찰에 단속됐는 당시 피해자가 작성한 주위운전자 정황 전술보고서에는 소주 1병 반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C는 제한속도를 초과해 진행한 과실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죄로 약식명령이 청구돼 2020년 4월 23일 울산지법에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아무 말 없이 만 원권 지폐 2장(실제 택시비는 약 8,000원 정도)을 조수석 앞으로 던진 후 택시에서 내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자신의 승객인 피해자를 자동차전용도로에 놓아두고 피해자에 대한 동태를 관찰하지 않은 채 그 현장을 이탈한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고도의 몸통 손상 등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승객으로 태운 택시기사로서 피해자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피해자를 보호하고 그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인데,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비정상적으로 하차 요구를 하면서 자동차전용도로의 갓길에 하차함으로써 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그 현장을 이탈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는 위 자동차전용도로를 과속으로 지나던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정도는 매우 무거워 보이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무겁고 비난가능성도 높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측과 합의에 이르거나 손해배상 등 피해회복조치를 완료하지 못해 그들로 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이 사건은 피해자가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하자를 요구해 그 갓길에 내리면서 발생하게 된 것으로 범행경위와 동기에 조금이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어보이고, 피해자 본인의 과실도 어느 정도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점,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상당 금액을 공탄한 점, 이 사건 이후 택시기사로 종사하고 있지 않은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요부조자라는 사실을 인식한 상황에서 피해자를 내려준 후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요부조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해태하였으므로, 당시 피고인에게 일응 유기의 고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유기의 고의가 존재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유기의 고의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이 부분 공소사실인 유기치사의 죄책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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