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원지법)
이미지 확대보기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 신청은, 피고인이 취득한 이익이나 가담한 정도, 사건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각하했다.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은 2021. 10. 21.경 불상의 장소에서 금융기관, 금융위원회를 사칭하여 피해자 E와 통화하면서 피해자에게 ‘대출이 가능한데, 기존 대출이 있으면서 다른 금융기관에 대출 신청을 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니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여야 한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신용등급을 올려야 하니 보증금을 납부하라’고 거짓말했다.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피해자의 이름, 인상착의, 피해자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 등을 전달받고 2021년 10월 21일 낮 12시 10분경 창원시 의창구 F 앞 노상에서 마치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로부터 현금 6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해 그 무렵부터 2021년 10월 28일경까지 통영시 광도면, 사천시, 대구 달성군, 창원시 마산합포구 등 노상에서 총 7회(600만 원, 790만 원, 2500만 원, 2000만 원, 2400만 원, 2060만 원, 2500만 원)에 걸쳐 5명의 피해자들로부터 1억 2850만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재물을 교부받아 편취했다.
또 피고인은 2021년 10월 29일 낮 12시 20분경 부산 서구 H길 6 앞 노상에서 마치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로부터 현금 1,325만 원을 교부받으려 했으나 전화금융사기를 의심한 피해자의 신고로 미리 잠복 중이던 경찰관에게 체포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결국 피고인은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은 자신이 업체에 취업해 채권추심업무를 한다고 생각했고, 보이스피싱 범행에 관련되어 있는 줄은 전혀 알지 못해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관한 고의 및 공동가공의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단독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록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 전반에 대하여 그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을 모두 알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그와 같은 범행의 한 과정에 해당할 가능성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이를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 그에 가담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를 다투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과 관련 되어 있음을 전혀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세상물정에 어둡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하는 업무를 수행한 일련의 과정은 일반적인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볼때 그 불법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을 정도로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점, 피해자 J로부터 현금을 수거하면서 "P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한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그 범죄이익을 실현하는 역할을 하여 그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없고 그 피해액도 1억 원이 넘는 금액인 점, 그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거침입죄로 선고유예를 받은 외에는 별다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미필적 고의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얻은 이익은 소액인 점, 단순히 가담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을 정했다.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이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 따라서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