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이미지 확대보기원심(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2023. 1. 31. 선고 2021고단339 판결)은 ‘피고인 A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피해자(도로관리청)에게 인적사항 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죄를 범하고, 사고현장에서 이탈한 것이 명백한 이상 현장 이탈 후 피해자인 도로관리청 측에 인적사항을 알리거나 추후 피해를 보상할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피고인 A가 이 사건 사고 현장을 떠날 당시 119 구조대원인 소방관들이 후속 사고 등을 막기 위하여 차량을 유도하거나 통제했고, 이어 경찰관들과 레커 차량도 출동했다. 사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기 위하여 피고인 A가 취하여야 할 더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거나 인적사항을 제공했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취하여야 할 필요한 조치에 관한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는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제54조 제1항 제2호)을 제공하지 않은 사람은 처벌대상에서 제외한다(도로교통법 제148조 본문 괄호안). 한편,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운전자 등은 경찰관서 등에도 사고장소, 사상자 수 등을 신고하여야 하는데, 차 등만 손괴되고 도로에서의 위험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도로교통법 제54조 제2항의 신고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같은 법 제154조 제4호에 따라 처벌한다).
피고인 A는 2020년 3월 9일 오후 11시 52분경 술을 마시고 경남 창녕군의 한 국도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업무상 과실로 도로 옹벽을 충격하면서 차량이 전도됐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사람의 신고로 구급대원 등 소방관들이 도착했다.
사건현장에서 119 구조대원 C은 경광봉을 들고 차량을 통제했고, D는 도로에 있는 파편을 치웠으며, E는 구급차 뒤에서 차량 서행을 유도했다.
피고인 A는 피고인 B의 도움을 받아 전도된 이 사건 승용차에서 나와, 119 구급차를 타고 이 사건 사고 현장을 떠났다. 이어 경찰관들과 레커차도 도착했다. 경찰관들 및 119 소방관들이 차량통제 등을 계속했고, 2020년 3월 10일 0시 26경 이 사건 승용차에 대한 견인이 완료됐다.
피고인 B는 이후 이 사건 사고 현장을 떠났다.
사고현장에 이 사건 승용차가 남아있었으므로 차적조회를 통해 피고인 A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고, 주소지 등으로 추적이 가능했다.
피고인 A은 2020년 3월 12일 오전 11시 15분경 경찰관과 통화에서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 사고 직후 사고현장에서 소방관, 경찰관들이 사고현장 도로에서 위험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모두 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A가 해야할 조치가 있었다고 보기어렵다. 이 사건 사고 후 도로관리청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도로교통법 제148조가 규율하는 사고 후 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원심은 피고인 B는 피고인 A가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범행을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피고인 A의 현장 이탈 행위를 용이하게 했고 그 소재 발견을 어렵게 만들어 범인도피죄를 저질렀고, 피고인 A는 피고인 B로 하여금 피고인 A 자신을 도피하도록 하는 범인도피 범죄행위에 나아가도록 교사함으로써 범인도피교사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은 수사기관은 이 사건 승용차에 관한 차적조회 등으로 피고인 A의 주소 등 인적사항을 알고 있었으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 B가 범인도피죄를 범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이 사건 사고 현장을 이탈해도, 피고인 A에 관한 음주측정 등 수사는 주소지 등에서 피고인 A를 찾아 호흡기 측정, 채혈 등을 통해 시간이 흘렀어도 위드마크공식 등을 적용해 할 수 있었다.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아니하므로, 범인이 도피를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아니하며, 범인의 요청에 응하여 범인을 도운 타인의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도12079 판결 참조).
피고인 A가 음주운전 등으로 수사받을 것을 우려하여 구급차를 타고 현장에 이탈할 수 있도록 부탁하여 구급차를 타고 현장을 이탈한 행위는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에 해당할 뿐이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 A가 B로 하여금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신을 도피하도록 교사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