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대구고법 현판
이미지 확대보기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주위적 판단을 근거로 선고한 공소기각 판결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상, 원심의 예비적 무죄 판단에 관해 살피지 않은 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형사소송법 제366조는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의 공소기각 판결이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이상 본안에 들어가 심리할 것이 아니라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1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1430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은 부부 사이이고, 피해자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으로, 2018년 12월경 피고인들의 주소지에 동거인으로 등록됐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같은 동네에서 거주하면서 피해자 앞으로 지급되는 생계비를 관리하고, 피해자가 지적 장애가 중증인 것을 이용하여 상습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해왔다.
피고인 B(60대·여)는 2019년 12월경 포항시 남구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해자가 집에 가겠다고 말한다는 이유로 손과 주먹으로 피해자를 폭행해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팔과 다리 부분의 타박상을 가했다.
피고인 A(70대·남)는 위와 같은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가 약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발로 차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팔과 다리 부분의 타박상을 가했다.
원심(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2. 7. 5. 선고 2021고단1299 판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모두에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지적 장애가 중증인 것을 이용하여 상습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해왔다.’라고 기재된 점 및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범행 방법에 관하여 ‘손과 주먹’ 내지 ‘발’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폭행 사건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어서 범행 방법이 범행 일시의 불특정을 보완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검사의 원심의 주위적 판단(공소기각)에 대해,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의 방어권이 보장될 정도로 충분히 특정되었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경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또 예비적 판단(무죄)에 대해서는 피해자, C, D의 각 진술 및 피해자 상처 사진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런데도 그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고인들과 피해자만 있었던 상황, 피고인들의 전면적인 부인, 피해자의 중증 지적장애, 검사의 범행 일시 특정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범행 일시로 기재된 ‘2019. 12.경’은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넉넉히 인정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2019. 12.경’으로 범행 일시가 기재되었다고 하여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또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지적 장애가 중증인 것을 이용하여 상습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해왔다.’라는 기재 부분은 전제사실에 불과하고 공소사실 자체를 구성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기재가 '공소장 일본주의'(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은 일체 첨부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있을지언정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없게 만든다고는 볼 수 없는 점을 들었다.
이어 ‘손과 주먹’ 내지 ‘발’을 사용하는 것이 폭력 행사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더라도 그와 같은 구체적인 범행 방법이 명시되어 있는 이상 그 범행 방법의 기재는 범행 일시의 개괄적 표시를 보완할 수 있는 점 등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행 일시의 기재에 다소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지적장애로 인하여 부득이한 것이고, 또 그로 인하여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은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데에 있으므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을 명시하여 사실을 가능한 한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필요 이상 엄격하게 특정을 요구하는 것도 공소의 제기와 유지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범죄의 일시는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로, 장소는 토지관할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방법에 있어서는 범죄구성요건을 밝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며,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일시·장소·방법·목적 등을 적시하여 특정하면 충분하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4도272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의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6도6757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