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건설교통부장관은 2005. 12. 30. E지구 택지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에 관하여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하고 사업시행자를 대한주택공사(피고는 대한주택공사의 권리ㆍ의무를 포괄승계했다. 이하 대한주택공사와 피고 한국토지주택공사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모두 ‘피고’라 한다)로 지정하는 고시를 했고, 충청북도지사는 2008. 5. 2.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개발계획을 승인하는 고시를 했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2009. 5. 21. 원고 A와 망 F(이하 ‘원고 A 등’이라 한다)으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의 소유권을 협의취득했다.
피고는 2014. 7. 1. 이 사건 사업 조성공사에 착공했다.
망 F은 2018. 11. 24. 사망했는데, 원고 B, C는 망 F의 상속인들 중 일부이다.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 A 등으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를 협의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이 사건 사업 부지 전부를 이 사건 사업에 이용하지 않았으므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91조 제2항에 따라 환매권(원소유자가 매도하였거나 수용당한 재물을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 발생했음에도, 피고가 원고 A 등에게 환매권 발생의 통지나 공고를 할 의무를 해태함으로써 원고 A 등이 환매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21. 10. 21. 선고 2021나2024392 판결)은, 피고가 협의취득한 이 사건 각 토지의 환매에 관하여 구 택지개발촉진법(2011. 5. 30. 법률 제107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3조 제1항이 아니라 토지보상법 제91조 제2항이 적용되어 원고 A 등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환매권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3조 제1항은 “예정지구의 지정의 해제 또는 변경, 실시계획의 승인의 취소 또는 변경 기타 등의 사유로 수용한 토지 등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때에는 수용 당시의 토지 등의 소유자 또는 그 포괄승계인은 필요 없게 된 날로부터 1년 내에 토지 등의 수용 당시 지급받은 보상금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가산하여 시행자에게 지급하고 이를 환매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수용한 토지의 환매권 발생 요건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협의취득한 토지의 환매권 발생 요건에 관하여도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3조 제1항을 유추적용함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환매권 발생 요건에 관하여 별도로 정하고 있고(제13조 제1항) 환매권자의 권리의 소멸에 관하여 토지보상법 제92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제13조 제3항), 택지개발사업의 경우 환매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토지보상법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광업법 제73조 제1항, 구 도시재개발법(2002. 12. 30. 법률 제6852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1항, 구 도시계획법(2002. 2. 4. 법률 제665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68조 제1항,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5항, 전원개발촉진법 제6조의2 제5항 등에서 ‘토지의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하여 해당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 외에는 토지보상법을 적용한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환매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것과는 규율의 형식과 내용이 다르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형식과 내용의 차이 등에 비추어 볼 때, 구 택지개발촉진법상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에 따라 협의취득한 토지의 환매권과 관련하여 환매권자의 권리 소멸에 관한 사항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도 당연히 토지보상법이 준용되거나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도시지역의 시급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를 대량으로 취득ㆍ개발ㆍ공급하는 것을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참조). 다른 공익사업과 비교하여 택지개발사업의 경우 택지를 대량으로 개발ㆍ공급하기 위하여 사업 준비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사업시행자가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사업 부지를 취득한 이후에도 오랜 기간 사업 부지를 택지개발사업에 현실적으로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구 택지개발촉진법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제13조 제1항에서 환매권 발생 사유를 별도로 정하면서, 토지보상법 제91조 제2항과는 달리 ‘취득일부터 5년 이내에 취득한 토지의 전부를 사업에 이용하지 아니하였을 때’를 환매권 발생 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3조 제1항은 환매권 발생 요건에 관하여 ‘수용한 토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토지를 취득한 원인이 수용인지 협의취득인지에 따라 환매권 발생 요건을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협의취득과 수용은 모두 사업시행자가 공익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토지를 취득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협의취득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용에 의한 강제취득방법이 후속조치로 기능을 하게 되므로 공용수용과 비슷한 공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이상 협의취득한 토지와 수용한 토지는 환매권 발생 여부와 관련하여 법률상 같이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3조 제1항에서 택지개발사업의 환매권 발생 요건에 관하여 정하면서 협의취득한 토지가 환매 대상 토지에서 누락된 것은 법률의 흠결로 보일 뿐이다.
그런데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협의취득한 토지의 환매권 발생 요건에 관하여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3조 제1항에 정함이 없다는 이유로 토지보상법 제91조 제2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면, 사업시행자가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취득한 토지의 전부를 취득일부터 5년 이내에 사업에 이용하지 아니하였을 때, 협의취득한 토지의 경우에는 토지보상법 제91조 제2항에 따라 환매권이 발생하는 반면, 수용한 토지의 경우에는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3조 제1항이 정한 환매권 발생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환매권이 발생하지 아니하게 된다. 이처럼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토지를 취득한 원인에 따라 환매권 발생 여부가 달라진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협의취득한 토지의 환매권 발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