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부산지방법원/부산가정법원. (사진=전용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압수된 범행도구는 몰수했다. 피부착명령청구자(피고인)에 대해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의 부착을 명하고 부착기간 동안 준수사항을 부과했다.
각 증거와 청구전조사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26건의 형사처벌전력이 있고 그중 21건이 폭행 또는 상해 범죄인데, 피고인은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타인에게 상해를 가한 경우도 수차례 있는 점, 피고인에 대한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 결과 피고인의 재범위험성은 총점 30점 중 17점으로 ‘높음’ 수준으로 평가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살인범죄를 다시 범항 위험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검사의 이 사건 보호관찰명령청구는 기각했다. 피고인과 같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에 따라 형 집행 종료 등 직전 전자장치 부착명령 집행을 받고, 같은 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그 부착기간 동안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관찰을 의무적으로 받게 된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하는 이상 별도로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 제3호에 따른 형 집행 종료 후의 보호관찰명령까지 선고할 필요성은 없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등]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는 2019년 9월 26일 부산지법에서 특수상해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21년 4월 30일 그 형의 집행을 종료했다.
위 사건의 범죄사실 중에는 ‘피고인은 2019. 3. 21. 17:20경 부산 동구에 있는 부산역 앞에서 지인과 말다툼을 하던 중, 피해자 C(50대)가 이를 말리자, 손날 부위로 피해자의 목을 2회 때리고, 피해자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려 상해를 가했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피고인은 위 사건에 대하여 피해자 C가 거짓으로 신고하여 억울하게 징역형을 복역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피해자에 대해 앙심을 품고, 미리 알고 있던 피해자의 처 휴대전화로 2021. 8. 18.경부터 2023. 6. 8.경까지 17회에 걸쳐 ‘자수 안 하면 너는 죽인다, 너 내 손에 죽는다, 너 거짓 진술에 3개월 징역 억울하게 살았다, 꼭 찾아서 꼭 죽인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보복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중, 2023년 6월 8일 오후 8시 36분경 부산 동구에 있는 부산역 광장에서 벤치에 앉아있는 피해자를 만나게 되자, 피해자에게 “니가 거짓 진술을 해서 내가 억울하게 징역을 살았다, 거짓 진술한 것에 대해 자수를 해라, 사실대로 이야기해서 너는 무고죄로 실형을 살고, 나는 재심을 청구해서 무죄를 받겠다, 무죄가 선고되면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자수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자 화가나 검정색 비닐봉지에 넣어 가지고 다니던 흉기를 꺼내 5,6초만에 수십 회 찔러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해 6월 9일 오전 5시 33분경 부산 서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복부자탕 등으로 사망하게 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자기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하여 진술, 증언 등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살인미수] 이 과정에서 이를 목격하고 말리기 위해 달려온 피해자 F(30대)가 피고인의 흉기를 빼앗으려 하자, 피해자가 남의 일에 간섭한다는 이유로 격분해 수회 찔렀다. 하지만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현행범인으로 체포되고 피해자가 벼우언으로 긴급 이송되어 수술을 받아 복막의 열린 상처를 가하는데 그쳤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살인미수죄에 관해 " 피고인은 피해자 F을 흉기로 찌른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갑작스럽게 공격을 받아 이에 저항하기 위해 들고 있던 흉기를 휘둘렀을 뿐이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장소를 비추고 있는 CCTV영상과 당시 피해자의 상태를 진찰한 의사의 의견에 의하면 피고인은 자신을 붙잡고 흉기를 빼앗으려는 것에 격분해 피해자 F를 찔렀다는 점을 알 수 있고 그 수단이나 방법에서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한가운데서 대단히 잔인하고 포악한 방법으로 피해자 C의 목숨을 빼앗았다. 타인의 생명을 경시하여 침해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응분의 형벌을 부과하여,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부당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침해한 사람은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원칙을 천명함으로써, 이와 같은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이 법정에 제출한 반성문들에는 피해자 C가 허위로 신고해 자신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피해자에 대한 사죄,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죽을 짓을 했다’거나 ‘피해자가 술 많이 처먹고 죽은 것이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범행을 말리던 피해자 F마저 죽이려고 했으면서도, 오히려 이 법정에서 ’피해자 F가 자신을 공격하여 손가락을 다쳤다, 내가 피해자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피고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 얼마나 끔찍하고 중대한 것인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피해자들이 느꼈을 고통, 죽음의 무게를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그 피해를 배상하고 위로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 범위와 유사 사건에 대한 양형 선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향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수감생활을 통하여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 대하여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