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은 2023년 1월 20일 오후 10시 10분경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2468 앞 도로를 범어네거리 방면에서 만촌네거리 방면으로 편도 5차로 중 2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하게 됐다.
당시는 야간이고 도로가 어두운 상황이어서 전방주시를 철저히 하며 차를 운행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전방주시를 게을리 과실로, 때마침 보행자 신호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다 넘어져 있던 피해자(80대·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과실로 출발하다 피고인 운전의 수입 승용차 우측 앞바퀴로 피해자를 역과했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의 과실로 2023년 1월 20일 오후 11시 28분경 경북대학교병원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다발성골절로 인한 저혈량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하고 넘어져 있어서 발견을 하지 못했는데 피고인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쟁점) 이 사건은 피해자가 보행신호 녹색등이 점멸 중일 때 횡단을 시작했고 보행자 신호가 얼마 남지 않자 빨리 건너기 위해 달리다가 넘어졌는데 마침 차량신호가 녹색등으로 바뀌었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횡단보도에 넘어진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정차 중이던 피고 차량을 그대로 출발시킨 것으로, 이 사안의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에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1심 단독재판부는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차량 전면부에서 7m 범위 내는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는데, 피해자는 이 사건 차량으로부터 약 6m 떨어져 있는 위치에 넘어져 있어 위 사각지대 내에 있었고, 이 사건 사고 장소는 당시 시내 한가운데 도로로 주변의 밝기 정도로 인해 노면의 물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환경은 아니었으나, 피해자가 넘어진 이후 피고인이 전방을 바라보았을 경우 차체구조물에 의해 위 넘어진 피해자를 인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넘어지기 전에 피고인이 뛰어오던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던 가능성은 있는지에 관해서도 피고인 운전석(2차선)에서는 1차선에 정차해 있던 택시로 인해 시야가 가려 왼쪽에서 뛰어오는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차량 신호가 녹색등으로 바뀌자 서행하며 출발을 한 피고인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아무리 전방주시 주의의무를 기울이더라도 무단횡단한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엎드려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이고, 기록상 피고인이 당시 휴대폰을 보거나 동승자와 대화하는 등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피해자가 넘어지자마자 차량 신호가 녹색등으로 바뀌고 바로 피고인 차량이 출발하는 것이 확인되며 이 모든 것이 불과 2~3초 사이에 벌어진 일인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있었다고 의심하기 어렵다).
검사는 이 사건 차량 및 피고인 신체조건 등과 같은 상황 하에서는 자동차 전장 길이 만큼인 4m에서 5m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자료를 근거로 기소했으나, 도로교통공단의 분석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7m의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판단했음은 앞서 살핀 바와 같고, 재현당시 피고인이 시트 높이를 낮추어 검증하는 등 달리 위 분석결과에 오류가 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