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대구고법현판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 A는 2022년 11월 8일 오전 6시 20분경 포르테 승용차를 운전해 대구 북구 관음중앙로17길 53 편도 4차로 도로를 칠곡IC 방면에서 칠곡우방타운 방면으로 2차로를 따라 진행하게 됐다.
당시는 야간이고 그곳 전방에 횡단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면서 진행해 사고를 미리 막아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하여 앞을 잘 살피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하다가 마침 피고인의 진행 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무단횡단하던 피해자 K(70대·남)의 좌측 몸통 부위를 피고인의 승용차 우측 사이드미러 부분으로 들이받아 피해자가 도로에 넘어지게 하고, 피고인 A의 후방에서 진행하던 피고인 B운전의 렉서스 승용차에 피해자의 몸통이 역과되게 했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그 자리에서 우 흉배부 흉곽 골절로 인한 사망에 이르게 했다.
피고인B 역시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다가 마침 피고인 A가 운전하는 포르테 승용차와의 충격으로 인해 3차로 위에 넘어져 있던 피해자 K의 몸통을 피고인의 승용차로 역과했다.
결국 피고인 B는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같은 날 오전 6시 20분경 그 자리에서 우 흉배부 흉곽 골절로 인한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결국 피고인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등 참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죄를 인정하려면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 및 그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것은 모두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에 해당하므로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1심 단독재판부는 피고인 A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 및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출 전 시각으로 사람의 통행이 적은 시간대였으며 인근 주차차량, 시내버스 및 공동피고인 B의 각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더라도 사고 당시 부근에 보행자를 찾아 볼 수 없다. 한편 사고 지점 전방 50m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었다. 위 도로를 주행하는 통상적인 운전자로서는 이 사건 사고 지점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사고장소가 어두워 그 사기거리가 상당히 짧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당시 피해자의 상하의 모두 검정색 내지 짙은 회색계열의 옷을 입고 도로를 횡단했다. 또 운전석의 피고인 시야에서 우측에서 좌측방면으로 걸어오는 피해자를 인삭히가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시내버스 하차 시로부터 약 16초 후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므로, 피고인은 피해자가 시내버스에서 하차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피고인은 당시 제한속도를 준수하여 운행했고, 달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전방이나 좌우를 잘 살피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피고인 B에 대해서도 판단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예측가능성 내지 회피가능성이 인정된다거나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사고 지점의 도로 상황, 사고 당시의 교통량, 보행자 현황, 사고 발생 시각, 사고 지점의 밝기 및 피해자가 착용한 의복의 색상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B로서는 사고 지점에 사람이 전도된 채 누워있을 가능성을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전방에서 주행하던 공동피고인 A의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장소 도로의 1~2차로에 걸쳐 정차 중인 이례적인 상황이었으므로 3차로를 따라 주행하던 피고인으로서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의 도로 상황을 잘 살펴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했던 점은 인정된다.
그런데 이 사고 지점으로부터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에 다다라서야 선행 차량이 정차 중임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A의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있지는 않았다), 사고 차량이 1~2차로에 걸쳐 좌측 대각 방향으로 정차하고 있는 상
황에서 경험적으로 1차로나 2차로가 아닌 3차로에 사고 피해자가 전도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까지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당시 속도를 낮춰 제한속도(50km/h)보다 낮은 속도로 사고 지점을 운전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운행 차로에 피해자가 전도되어 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하여 사고 발생을 회피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에게 전방주시의무 등을 게을리 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운전자의 인지반응시간은 0.7~1초이고, 40km/h로 주행 시 정지거리(= 공주거리 + 제동거리)는 약 16 내지 20m이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점의 피고인 차량과 피해자의 거리가 정지거리 밖에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결국 피고인B가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점에 그 즉시 제동장치를 조작했더라면 피해자를 역과하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단정할 수도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