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자신이 낳은 영아 숨지게해 버린 친모 징역 6년

기사입력:2023-10-31 09:36:36
부산지법/부산고법/부산가정법원 현판.(사진=전용모 기자)

부산지법/부산고법/부산가정법원 현판.(사진=전용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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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 강태규·김혜림 판사)는 2023년 10월 27일 변기에 출산한 뒤 방치해 사망하자 백화점 화장실에 버려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20대·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2023고합383).

또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압수된 증거들은 몰수했다.

피고인은 2022년 1월 22일경 교제중이던 B에게 전화로 “진짜 만약에 생겼으면 내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못 낳는다”라고 말하고 같은해 7월 12일경 허리통증 치료과정에서 의사에게 “유산가능성 상관 없이 약을 먹고 싶다”라고 말하는 등 정상적인 출산 및 양육 의사가 전혀 없었으며 출산에 대비도 하지 않으면서 사실싱 태아의 생사와 건강에 대해 무관심한 상태로 지냈다. 그러던 중 출산이 임박했음을 깨닫자, B와 가정을 꾸릴 생각도 없고 아이를 출산해 양육할 생각을 가지 않은 채 출산에 이르게 됐다.

피고인은 2022년 10월 4일 오전 5시경 주거지에서 진통이 심해지자 화장실 변기에 앉아 영아인 피해자(남)를 출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좌변기에 머리부터 낙하해 오수에 잠겨 숨을 쉬지 못하게 했다. 피해자를 건져냈음에도 방치하고 비닐봉지와 쇼핑백으로 침대밑에 밀어 넣는 등 유기해 불상의 원인으로 사망하도록 했다.

이어 다음날 오후 5시 14분경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백화점 본관 지하1층 여자화장실 내 철제 쓰레기통에 버려 사체를 유기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피해자를 출산한 직후 피해자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울지도 않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피해자에 대한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및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분만 당시 피해자는 생존해 있었으며(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답변서), 출산 직후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아인 피해자가 살 수 있도록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했다(피해자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20~30분 간 자신의 몸과 화장실에 묻은 피를 씻어냈다)고 인정된다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태변은 태아가 가지고 있는 변으로 암록색이면서 끈적거림이 많은 변으로 출생 후 배출되기 시작하므로 피해자가 분만 이후 24시간 이내에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고, 분만전 혹은 분만 중 사망했을 것이라고 판단할 만한 질병, 손상, 선천성 기형 등의 소겸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고, 특히 아동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고, 장래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지닌 사회의 동량이라는 점에서 그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는 더욱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무책임한 출산 후 영아에 대해 저질러지는 범죄의 심각성에 대하여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에 저항 능력이 없거나 현저히 부족한 사회적 약자인 영아를 범죄로부터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형법에서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여 자신 외에는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없었으며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던 피해자로부터 가장 중요한 가치인 생명을 박탈하는 죄를 저질렀다. 이로써 피해자는 세상에 태어나 그 이름 한 번 불려 보지 못하고 삶의 기회조차 가져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유기행위로 인해 세상을 떠나면서도 쓰레기통에 버려져 그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죄를 감경박디 위한 변명만을 하고 있어 피고인의 죄책이 무거우며 그 결과가 중대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는 점, 다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계획적이고 확정적인 살해의 고의보다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인해 피해자가 죽어도 좋다는 미필적 고의에 의해 저질렀다고 보이는 점은 피고인에 대한 양형에 참작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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