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이미지 확대보기압수된 가로수 지주목 1개, 흉기 1개를 각 몰수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로부터 빌려간 돈 1,500만 원을 갚지 않고 피고인의 연락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 위험한 물건인 가로수 지주목으로 피해자의 머리, 얼굴 등을 때리고, 흉기로 피해자를 찔러 살해하려고 했으나 주변 사람들의 제지와 만류로 인하여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피해자(50대)와 건설업을 하며 알게 된 사이이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사실혼 배우자로부터 1,500만 원을 빌리고도 갚지 않고 그녀의 아들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 사실을 알게 되어 피해자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나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22년 7월 2일 새벽경 대구 수성구에 있는 주거지에서 지인으로부터 피해자가 B에 있다는 연락을 받자 주거지에서 사용하던 흉기를 양복 안주머니에 넣은 채 승용차를 운전해 B로 가던 중, 팔공산 도로 인근에 식재되어 있던 가로수의 지주목(총 길이 119cm, 직경 5cm, 무게 1.2kg)을 뽑아서 승용차에 실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오전 9시 50분경 경북 칠곡군에 있는 B 사무실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고 피해자에게 ‘잠시 밖에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으나 피해자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자 밖으로 나와 승용차에 보관해 둔 가로수 지주목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가, 소파 위에 앉아있던 피해자의 머리를 힘껏 4~5회 내려쳤다.
이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이를 말리자 양복 안주머니에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꺼낸 다음, 소파에 쓰러져있던 피해자의 가슴에 올라타 '죽인다'고 말하며 피해자의 눈 가까이 대며 찔러 살해하려했으나, 주변 사람들이 이를 말리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약 5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광대뼈 상악골의 복합골절 등의 상해(수차례 수술)를 가하는데 그쳤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범행당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고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9867 판결 등 참조).
1심 재판부는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주목으로 사람의 머리 부위를 가격할 경우 사람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점, 이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은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흉기와 위험한 물건인 가로수 지주목을 준비했고,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으나 주변 사람들의 제지와 만류로 인하여 미수에 그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내용,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서 그 결과가 매우 참혹하고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중대한 범죄이므로, 피고인의 살인 범행이 비록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부인할 뿐 이 사건 범행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가볍지는 않으나, 다행히 이 사건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현재 피해자는 건강을 많이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고,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며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