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부산고법/부산가정법원 현판.(사진=전용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또 피고인 A의 부탁이나 지시로 범행에 가담해 기소된 피고인 B(처남)에게는 가담정도가 경미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3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피고인들은 공동으로 편취금으로 배상신청인 D에게 8,000만 원, 배상신청인 E에게 1억 1000만 원, 배상신청인 F에게 8,500만 원, 배상신청인 G에게 1억 원, 배상신청인 H에게 8,000만 원을 각 지급하고, 피고인 B는 편취금으로 배상신청인 I에게 7,800만 원, 배상신청인 J에게 8,000만 원, 배상신청인 K에게 8,000만 원, 배상신청인 L에게 1억 원을 각 지급하라고 명했다.
배상신청인 M, N, O, P, Q, R, S, T, U, V, W, X, Y의 신청은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모두 각하했다.
1심 단독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합계 20억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고, 피해자들 대부분이 은행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한 사람들이어서 이 사건으로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고, 일부 피해자들은 회생절차를 진행하기도 하는 등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입은 재산적, 정신적 손해는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막연한 사업계획에 기대어 이 사건 범행으로 나아간 피고인들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피고인 A는 이전에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돈을 편취할 확정적 고의로 피해자들에게 건물을 임대한 것은 아닌 점, 피고인들이 범행을 통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한 것은 없어 보이는 점, 피고인 B는 매형인 피고인 A의 부탁 또는 지시로 이 사건 범행에 관여하게 된 것이어서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이 사건 이전에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은 피고인들에 대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피고인 A는 2012년경부터 건축업을 했으나 계속하여 성공하지 못해 2017년경까지 20억 원 상당의 대출과 채무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매달 2,000만 원 상당을 이자와 채무변제 등에 지급하여 온 상황에서 2017년경 처남인 피고인 B 명의로 부산 부산진구 Z를 대출과 사채로 구입했다.
피고인들은 2019. 11. 18. 총 102개 호실을 갖춘 오피스텔을 신축한 다음, 금융기관으로부터 이를 담보로 총 74억 원을 대출하면서 채권최고액 합계 88억 8000만 원으로 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어 그 무렵부터는 매달 4,000만 원 상당을 이자와 채무변제 등에 지급하게 되는 등 경제적인 사정이 더욱 나빠졌다.
피고인들은 오피스텔 전체를 매도하려고 했으나 계획대로 매도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2020. 1. 17. 채권자인 AB가 전체 호실에 대하여 강제경매신청을 하여 강제경매가 개시됨으로써 그 이후에는 이를 임대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더욱 상황이 악화됐다. 또 다른 사채업자들에게, 임대되어 있지 않은 호실 대부분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5억 원 상당을 차용해 2020. 6. 9.경 위 강제경매개시결정을 겨우 취소되게 했고, 그로 인하여 매달 지급해야 하는 이자나 채무변제 등에 들어가야 할 금원이 5,000만 원 이상으로 늘어났고 오피스텔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결국 오피스텔은 합계 74억 원 상당의 대출채무의 이자 등을 지급하지 못하여 경매개시가 예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후 오피스텔 임대차계약을 통해 새로운 임차인들로부터 임대보증금을 받더라고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보증금을 반환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2020. 12. 18.경 오피스텔 2층 임대사무실에서 피해자 AC에게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고, AA은 전세비율이 높지 않고, 설정되어 있는 근저당권을 바로 말소해주고,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임대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해 줄 테니 안심해도 된다.’는 취지로 거짓말하며 이를 믿은 피해자 AC와 호실에 대하여 임대보증금 8,500만 원, 기간 2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0. 12. 18.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8,500만 원을 피고인 B 명의 계좌로 송금 받은 것을 비롯해 그 무렵부터 2021. 3. 17.경까지 총 27회에 걸쳐 27명의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23억6800만 원을 송금 받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들과 변호인은 "피고인들에게 사기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이 법원의 증거조사결과에 의하면 피고인 A는 건물 준공 후 건물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74억 원을 대출을 받으면서 실시한 감정평가를 통해 오피스텔의 가치가 119억 원 가량 되고(위 대출금채무의 담보로 채권최고액 합계 88억 80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 위 대출금채무를 비롯해 건물신축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채무 등의 이자를 변제하면서 임대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월세 수입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세계약과 월세계약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여야 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피고인 A는 건물 전체 102세대 대부분을 전세로 임대하면서 건물의 잔존가치(전체 건물가액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의 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80억 원 가량을 임차인들로부터 보증금으로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한 2021. 9.경까지 전체 102세대 중 95세대를 임대했는데, 이 사건 피해자들은 계약일자가 가장 늦은 임차인들 중 고소를 제기한 사람들로서, 피해자들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이미 피고인들이 수령한 보증금 총액은 건물 잔존가치를 훨씬 초과해 있었다.
피고인은 신축건물의 전체 가액이 130억 원에서 150억 원 가량 된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AZ의 경매신청으로 이루어진 감정평가에서도 2021. 7.경 기준 오피스텔의 가격은 125억 원 가량으로 평가됐다.
위 AZ 대출금을 포함해 각종 채무의 이자를 변제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후속 사업으로 구상하던 건물신축사업은 토지대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고, 공사대금도 PF대출이나 다른 사람에게 차용하여 마련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희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A와 채권자들 사이의 채무액에 관한 이견으로 인하여 채권자들이 피고인의 근저당권말소 요구를 거절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채권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이상 근저당권을 말소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이 사건 피해자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피고인 B는 피고인 A의 재정상황이 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고,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의 명의로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했으므로,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인정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