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 미 국무부 지하자금 미끼 수 십억 편취 일당 실형

기사입력:2024-02-07 09:24:32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청사.(로이슈DB)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청사.(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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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최지경 부장판사, 이호태·주미소 판사)는 2024년 1월 23일, 회수 및 경비명목으로 돈을 주면 미 국무부가 국내창고에 보관중인 지하자금 85억 원을 줄 수 있다고 기망해 수 십억 원을 편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60대·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A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에게는 징역 1년 6월, 같은 혐의에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C에게는 징역 3년, 같은 혐의로 피고인 D에게는 징역 4년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들 공동범행) 피고인들은 사실 미국 국무부가 국내 창고에 보관 중인 지하자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하지도 않았으며 그 창고를 관리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지 못했음에도 피해자 E에게 마치 필요한 비용을 마련해주면 지하자금 창고에서 더 많은 돈을 구해줄 것처럼 속여 돈을 편취하기로 했다.

이에 피고인 B은 스스로를 여군 장교(대령)출신이라고 사칭하면서 2016. 12.경 피해자에게 ‘미국 국무부가 국내 창고에 보관 중인 지하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5억 원을 준비하여 주면 지하자금 창고에 보관 중인 돈 중 85억 원을 줄 수 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후 피고인 B은 2016. 12. 18. 서울 소재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피고인 C를 지하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소개시켜 주고, 피고인 B, 피고인 C은 함께 수표 5억 원을 준비한 피해자에게 ‘지하자금 창고에는 현금으로 돈을 지급해야 하고 별도로 지하자금 창고 직원인 F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2017. 1. 24.경 5,000만 원을 피고인 B이 관리하는 F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도록 했다.

계속하여 피고인들은 2016. 12. 18.경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5억 원 상당의 수표를 현금 5억 원으로 바꾼 후 2017. 1. 31.경 피해자에게 지하자금 회수 과정을 설명하여 주면서 지하자금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피고인 D에게 5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했고, 피고인 D은 같은 날 부산 해운대구 G호텔 부근에서 피고인 C, 피고인 A와 함께 피해자를 만나 이들을 지하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라 소개하면서 ‘5억 원을 지급하여 주면 지하자금 창고에서 85억 원을 지급하여 주겠다. 그런데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2억 원이 필요하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합계 7억 원을 지급받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해 피해자를 기망해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총 3회에 걸쳐 합계 7억5000만 원을 지급받아 이를 편취했다.

(피고인 C의 범행) 피고인 C는 위와 같이 속은 피해자의 상황을 이용해 추가로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3회에 걸쳐 피고인의 처남 계좌로 합계 4억 원을 지급받아 이를 편취했다.

(피고인 A, 피고인 D의 공동범행) 피고인들은 은 2017. 2. 1.경 부산 해운대구에서 피해자에게 ‘지금 지하자금과 관련하여 사정이 생겨 국내 창고를 빨리 비워야 한다. 5억 원을 주면 85억 원을 당장 지급하여 주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해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7. 3. 23.경까지 총 6회에 걸쳐 21억2000만 원을 지급받아 이를 편취했다.

(피고인 A의 범행) 피고인 A는 피해자의 상황을 이용해 경비 명목, 창고지기 교체 명목 등을 빙자해 피해자로부터 추가로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2019. 12. 20.경까지 총 153회에 걸쳐 각종 경비 명목으로 합계 8억3645만 원을 지급받아 이를 편취했다.

피고인들 및 그 변호인들은 일부 편취사실을 부인하거나 피해자에게 지하자금과 관련한 말을 한 사실이 없고 공모나 가담한 사실이 없다거나 피고인 스스로도 지하자금이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있어 기망의 고의가 없다거나 창고관리자인 망 K와 피고인 A를 통해 피해자로부터 돈을 을 차용한 것일 뿐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모 또는 각자 피해자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 및 그 변호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는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진술하지 못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피해자가 허위사실로 피고인들을 무도할 만한 사정도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신빙성이 인정된다.

다만,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들과 창고관리자인 망 K로부터 여러 차례 지하자금 관련 이야기를 듣는과정에서 개별 피고인의 참석 여부와 구체적인 언행에 대하여는 상세하게 기억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위 법정진술 시점이 이 사건 이후로 6년 이상 경과함에 따라 다소 기억이 흐려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해자는 계좌 이체 내역, 피고인들이 작성한 현금보관증, 메모 등을 토대로 최대한 기억하여 피고인들의 역할과 기망 내용, 피고인별 금전 지급 경위와 그 내역에 대하여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하여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한 사실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기망할 당시 개별 피고인의 참석 여부는 부수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낮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말했던 ‘미국 국무부가 국내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지하자금’은 그 실체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이 위 창고를 관리하는 사람도 아니었으므로, 피고인들이 말했던 지하자금을 회수하는 일은 그 자체로 실현가능성이 없고, 경험칙에도 반한다.

피고인 C는 당시 망 K를 피해자엑 소개시켜 주었을 뿐 금전 지급관계를 알지 못한다며 공모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피고인 A도 수사기관에서 서 ‘2017년 초경에 피해자와 함께 피고인 C, D, 망 K을 만났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이 사건 범행과 유사한 수법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C는 ‘지하자금’이 아무런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A와 함께 피해자로부터 21억 2000만 원가량을 추가로 편취하는 등 범행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따라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피고인 D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을 전후하여 각자 이 사건 범행과 동일·유사한 내용과 수법의 사기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거나 해당 범죄로 현재 재판 중에 있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은 각자 지하자금 창고 관리자, 사장,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바람잡이 등 역할을 분담하여 피고인으로부터 금원을 편취하기로 순차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

(피고인 A 징역 5년) 피고인은 장기간에 걸쳐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하거나 단독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지하자금 회수 및 수송 경비 등 명목으로 피해자로부터 합계 37억 원가량을 편취해 범행의 경위와 수법, 기간과 횟수, 피해 금액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고인은 피고인 D과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주도했고, 특히 피해자의 변제 요구에 계속해서 ‘작업이 완료되었으니 돈이 곧 나온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로부터 지속적으로 돈을 편취했다. 피고인은 편취금 대부분을 자금세탁을 거쳐 은닉하고 일부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범죄의 피해액 7억 원이 형식적으로나마 피해자에게 반환된 것 외에는 피해금이 거의 회수되지 않았다.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은 물론 이 사건 범행으로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되었다고 하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은 이 법정에 이르러 자신의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은 금원의 상당 부분을 피고인 D나 다른 공범자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동종 범죄로 벌금형 2회, 집행유예 1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기는 하나, 모두 10년 이상 지났고, 그 밖에 벌금형을 초과하여 형사처벌 받은 전력은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한편, 피고인 A가 3회에 걸쳐 지하자금 창고에서 거액의 돈을 빼내기 위한 각종 경비명목으로 합계 8,100 만 원을 지급받아 편취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피고인 B 징역 1년6월) 피고인은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지하자금 회수 비용 등 명목으로 피해자로부터

합계 7억 5,000만 원을 편취하였는바, 범행의 경위와 수법, 횟수, 피해 금액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다. 피고인은 자신을 군 장교 출신이라고 사칭하며 처음 피해자에게 지하자금이 존재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 후 5억 원을 요구하고, 피고인 C을 소개시켜 주었는데, 공동범행의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오히려 피해자가 처음 자신에게 지하자금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속였다고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피해를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가담한 범행의 피해액 중 7억 원이 피해자에게 반환된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2회 벌금형 외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피고인 C 징역 3년) 피고인은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 또는 단독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합계 11억 5,000만 원을 편취해 범행의 경위와 수법, 횟수, 피해 금액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다. 피고인은 피고인 B과 함께 피해자로 하여금 지하자금이 존재하는 것처럼 믿게 했고, 피해자에게 피고인 D, A, 망 K을 소개시켜 주었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지하자금 회수 일정을 설명하고 지하자금에 대한 투자금 명목으로 4억 원을 편취해 범죄의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다. 피고인은 동종 전과가 수회 있고, 이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자신도 지하자금 존재를 믿었다고 변소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피해를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가담한 판시 제1항 범죄의 피해액 중 7억 원이 피해자에게 반환되었고, 피해자의 요구로 1,000만 원을 변제한 것으로 보이는 점, 판시 전과 사기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하였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피고인 D 징역 4년) 피고인은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합계 28억 7000만 원을 편취해, 범행의 경위와 수법, 횟수, 피해 금액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고인은 피고인 A와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여 거액을 편취했고, 피고인은 편취금 대부분을 자금세탁을 거쳐 은닉하고 일부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범행의 피해액 7억 원이 형식적으로나마 피해자에게 반환된 것 외에는 피해금이 거의 회수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동종 범죄로 누범 기간 중임에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비난가능성이 높고, 피해자는 피해를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가담한 판시 제1항 범죄의 피해액 중 7억 원이 피해자에게 반환되었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은 금원 중 일부를 다른 공범자 계좌로 이체한 점, 판시 전과 사기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하였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부양할 가족이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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