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어민들 피해보상 운영경비 수 억 임의 사용 대책위 간부들 '집유'

기사입력:2024-05-03 11:08:02
울산지법/울산가정법원.(사진=로이슈DB)

울산지법/울산가정법원.(사진=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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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대로 부장판사, 이충원·이창건 판사)는 2024년 4월 26일, 부유식 해상기상 관측기(일명 라이다)설치에 따른 어민들의 피해보상 차원에서 민간투자사들로부터 수령한 상생협력자금 중 운영경비 2억 9595만 원을 임의로 사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인정된 죄명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60대·대책위 위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인정된 죄명 업무상횡령)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50대·대책위 사무국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했다.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C(50대), 피고인 D(40대)는 각 무죄.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업무상배임의 점은 무죄. 피고인 A, B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4억 5000만 원 부분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고, 나머지 범행만으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하지만, 그에 포함된 대책위 운영경비 2억 9595만 원 관련 범행을 업무상횡령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다.

피고인 A는 2019. 6. 28.경 울산시, 민간투자사들과 부유식 해상기상 관측기(일명 ‘라이다, ridar’, 풍력사업 실시 해역의 해상기상현황을 1년 동안 관측하여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의 경제성과 타당성 평가를 위하여 설치한 바람 계측장비) 설치에 따른 어업피해 보상 및 배상 협상, 보상금 정산 등의 업무를 소속 회원들로부터 위임받아 해상풍력사업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위원장에 임명되어 대책위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B은 피고인 A를 보좌하는 대책위 사무국장으로 대책위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대책위는 5개의 민간투자사들이 2020. 4.경부터 같은 해 10.경 사이 울산 방어진 동방 58km 해상의 해상풍력단지 조성해역의 풍황을 조사할 목적으로 라이다를 설치하기로 하자,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어업구역 축소, 어업장해, 조업손실 등 어민들의 피해보상을 주장하면서, 투자사들과 사이에 해상기상 관측기 1기당 5억 원의 상생자금을 어업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대책위에 지급하는 내용의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상생협약서’를 각각 체결하고, 위 협약에 따라 2020. 4. 9.경부터 같은 해 10. 23.경까지 위 투자사들로부터 상생자금 총 70억 원(라이다 총 14기 X 5억 원)을 대책위 명의 수협계좌로 송금 받아, 피고인들은 피해자인 위 대책위 소속 11개의 어업인 단체(울산 북구 J연합회, K선주협회, L선주협회, M연합회, N선주협회, O새어민회, P선장, Q협회, R선주협회, S자율협회, T연합회)의 회원 총 261명을 위해 이를 보관하게 되었다.

대책위는 보상금 계좌에 예치된 보상금에서 제세공과금, 법률비용 및 경비 등을 우선 정산, 지급한 다음 남은 금액의 5%에 해당하는 금원(이하 ‘운영경비’)은 대책위 운영과 관리를 위해 유보하도록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2020. 11. 5.경 대책위에 유보해야 할 운영경비를 임의로 사용하는 수법으로 위 상생자금을 횡령하기로 공모한 뒤 유보되어 있던 운영경비 2억 9595만 원을 대책위 명의 다른 수협계좌로 일시적으로 이체한 다음 같은 달 10.경 대책위 이사 U명의 수협계좌로 6500만 원을 손금해 임의로 사용하고, 같은 달 16.경 나머지 2억3095만 원을 피고인 A 명의 수협계좌로 이체한 후 같은 날 피고인 B 명의 수협계좌로 6600만 원, 대책위 이사 J명의 농협계좌로 2000만 원을 이체하는 등 운영경비 2억 9595만 원을 임의로 사용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해 업무상 보관중인 피해자(대책위)의 재물을 횡령했다.

1심 재판부, 피고인들의 행위는 대책위가 수령한 상생협력자금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사용되리라는 어민단체 대표 및 구성원들의 신뢰를 침해한 행위이고, 횡령액수도 크다. 그러나 각 어업인 단체 대표를 비롯한 어민들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최종적으로는 운영경비 2억 9595만 원이 대책위에 반환된 점, 이 사건 범행의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은 피고인 A이고, 피고인 B은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랐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A는 동종전과가 없고, 피고인 B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무죄부분 ]한편 피고인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점에 대해, 대책위를 구성하는 11개 어업인 단체 대표들이 피고인들로 구성된 대책위를 하나의 단체로 추가하여 총 12개 단체에 상생협력자금 70억 원 중 55억 원을 분배하기로 동의했으므로, 피고인들에게 횡령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해서도 피고인 D의 업무처리는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배임의 고의가 없었으며, 피고인 A, C가 피고인 D과 공모하여 배임행위에 가담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한편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5도89 판결 등 참조).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이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증명하여야 하고, 그만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도9027 판결 참조).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대책위의 임원인 피고인 A, 피고인 B가 ‘대책위 몫’으로 상생자금 중 4억 5000만 원을 분배받은 행위가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위 피고인들에게 횡령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도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상생협력자금의 분배 등은 모두 각 어업인 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어민들이 단체를 중심으로 한 상생자금협력 분배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정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2020. 10. 27.자 임시총회에서 각 어업인 단체 대표들이 하나의 단체를 추가하는 형식을 빌어 위 피고인들에게 상생협력자금을 분배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 피고인들이 적어도 어업 단체 대표들의 동의를 형식적으로 이용하거나 소속 어민들의 의사에 반하여 위 돈을 챙길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한다.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2010. 10. 28. 선고 2009도1149 판결 등 참조).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 이외에도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 내지 인식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도2919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하는 것이며, 피고인이 이러한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는바, 피고인에게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업무상 배임죄의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그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4242 판결).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D에게 업무상 배임행위와 배임의 의사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다른 증거는 없다. 피고인 D의 배임행위 등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공모공동정범으로 공소제기된 피고인 A, B에 대해서도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D가 피고인 C에게 V가 관측한 부분을 허위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거나 W가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피고인 D는 F1의 직원으로 피고인 A와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고, 피고인 D가 피고인 C에게 허위 검사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고, 회사에 이와 같은 사실을 감추면서까지 피고인 A에게 용역대금을 줄 아무런 동기나 이유가 없다. 진술에 의하더라도, 추가 관측 계약의 상대방을 피고인 A로 정함에 있

어 피고인 D는 특별한 역할을 한 것이 없다.

설령 피고인 D가 W가 송부하는 보고서가 허위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알았다고 보더라도, F1과 W 사이에서 용역 수행이 미진한 부분에 대하여 추가 관측을 예정하고 있었고, 사후에 추가 관측이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은 대금의 반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 D가 F1의 재산상 손해 발생을 인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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