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울산가정법원.(사진=로이슈DB)
이미지 확대보기2단지 아파트(이 사건 아파트) 원고들은 초등학교 통학구역을 녹수초에서 서부초로 바꿔 달라고 주장했다.
원고 A1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15명)은 2023. 5.경부터 입주를 시작한 울산 동구에 있는 이 사건 아파트의 거주자이자 초등학생인 자녀가 있거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인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다. 원고 A1은 2023. 8.경부터 2024. 2.경까지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던 사람으로 초등학생인 자녀가 있으며 이 사건 아파트 한 호의 소유자이다.
-피고는 2022. 11. 28. 이 사건 아파트의 2023학년도 초등학교 통학구역을 녹수초등학교로, 이 사건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1단지 아파트의 2023학년도 초등학교 통학구역을 서부초등학교로 결정하고, 그와 같은 내용을 울산광역시강북교육지원청 공고 제2022-499호로 공고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원고 A1, A2, A3, A4, A5는 2023. 2.경 울산광역시교육청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위 위원회는 2023. 5. 18. 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했다.
그러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초등학교 통학구역 확정결정 무효 또는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원고들의 의견 제출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고, 통학구역 결정시에는 미리 읍ㆍ면ㆍ동장의 의견을 들어야 함에도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6조 제3항을 위반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
또 통학구역을 지정할 때 통학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함에도 피고는 통학거리만을 기준으로 이 사건 처분을 했던 점, 이 사건 아파트에서 녹수초로 가는 통학로는 안전성 및 편의성이 매우 떨어지는 점, 1단지 아파트에서 녹수초로, 이 사건 아파트에서 서부초로 통학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아파트에서 녹수초로의 통학 여건이 불리한 까닭에 서부초의 과밀학급화가 진행되고 있어 이 사건 처분은 과밀학급 해소 및 학생 균등분배에 대한 교육자원부의 지침 및 관련법령의 취지에 반하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피고는 본안전 항변에서 이 사건 처분이 무효로 되거나 취소되더라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고, 피고는 해마다 의견을 수렴하여 통학구역을 결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원고들은 이 사건 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처분의 절차상 하자여부에 대해, 이 사건 처분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이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피고는 녹수초와 서부초가 위치한 울산 동구 OO2동의 동장에게 통학구역 조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동장은 2022. 11. 4. 피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로부터 받은 통학구역 조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피고는 초·중등학교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아파트는 2023. 5.경부터 입주가 시작된 관계로 피고가 위와 같이 의견을 수렴한 기간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가 확정된 상태도 아니었던 점, 1단지 아파트 및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들은 이 사건 행정예고에 대해 피고에게 약 70건의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초등학교 통학구역의 결정은 교육장의 재량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제출된 자료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 부분 주장역시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2023학년도에 서부초는 46학급, 녹수초는 40학급으로 편성될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각 1,300세대를 초과하는 이 사건 아파트와 1단지 아파트의 입주로 인해 증가가 예상되는 학생은 약 430명이었는데, 이들 초등학교의 학생 수용 현황 및 균형적인 학급편제라는 측면에서 위 학생들을 모두 서부초로 배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아파트와 이들 초등학교의 각 위치, 통학로의 거리 및 현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아파트에서 서부초로 통학하는 것이 녹수초로 통학할 때보다 통학거리와 시간이 감소하고, 오르막길을 따라 걸어도 되지 않는 이점이 있는 등 통학의 편의성 측면에서 유리해 보이기는 한다(각 동별로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원고들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아파트에서 녹수초로 통학할 경우 최대 1,100미터를 걸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초등학교의 통학거리는 1.5킬로미터 이내로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2023. 12. 22. 국토교통부령 제12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 제1항 제11호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고, 이 사건 처분이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정도의 통학 불편을 초래한다고 보이지 않는다.
원고들 주장에 의하더라도 옆 E아파트는 사유지로, 향후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의 통학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이 통학안전 측면에서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 및 인근 아파트 시행사로 하여금 E아파트 주차장에 반사경과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게 하고 보행로를 확장하도록 하는 등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이 E아파트 주차장을 통학로로 이용할 것을 대비하여 각종 시설을 개선한 바 있는 점, 현재 녹수초에서 자원봉사자가 동행하는 등ㆍ하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이 인근 아파트 단지 내의 공공보행통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 원고들 주장에 의하더라도 E아파트는 사유지로 향후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의 통학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이 통학안전 측면에서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학생 수용 현황 및 균형적인 학급편제, 통학거리 및 편의 등 관련되는 제반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한 이상 설령 원고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이후의 통학구역 결정 절차에서 반영할 여지가 있을 뿐이고, 원고들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