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은 심장, 뇌, 신장을 비롯한 우리 몸의 조직과 기관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혈관이 건강하지 않으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발생해 심각한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데, 심혈관질환이 급증하는 겨울철 더욱 주의해야 한다. 특히 죽상경화증(죽상동맥경화증)은 심뇌혈관 질환, 말초동맥질환, 뇌졸중 등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을 야기할 수 있어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죽상경화증 환자 수는 2019년 10만 2832명에서 2023년 12만 2430명으로 약 19%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2023년 기준 50~70대 환자 수가 10만 156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사망원인 1위인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인 죽상경화증은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만성질환이 있다면 발병 위험이 2~4배 증가한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김민식 과장은 “죽상경화증은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는데, 병증이 진행돼도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동맥의 50% 이상 혹은 심각하게 좁아졌을 때 이상 증세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중장년층은 노화가 진행되고,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에 노출된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 혈관 협착 위치에 따라 증상 다르지만 위험성 높아
죽상경화증은 동맥 혈관 내벽에 지방, 콜레스테롤 등 침전물이 축적되는 질환으로, 동맥이 좁아지고 경직돼 혈류가 원활히 흐르는 것을 방해한다. 마치 오래된 수도관에 녹이 슬고 이물질이 쌓여 지름이 좁아지는 것과 같다.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심장, 뇌, 신장 등 주요 장기로 가는 혈관에 영향을 미쳐 심혈관 질환,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을 유발한다.
주로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혈관 내벽에 침전될 가능성이 높아져 죽상경화증의 원인이 된다. 또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의 만성질환도 혈관에 부담을 주거나 손상을 입혀 발생 확률을 높인다. 특히 흡연할 때 담배의 독성물질이 혈관 내피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하며 콜레스테롤 침전과 혈전 형성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 외에도 가족력과 나이, 스트레스, 운동 부족, 만성 염증 상태 등의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증상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면 혈관 위치와 협착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주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과 경동맥, 신장의 신동맥 및 말초혈관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경색, 뇌출혈 등 뇌졸중,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는 신부전이나 허혈성 사지 질환 등이 나타나게 된다.
죽상경화증으로 심장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 협심증이 발생하면 흉통과 압박감을 느끼고, 심장이나 폐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 호흡 곤란이 올 수 있다. 심장이 충분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 쉽게 피로해지고 일상생활이 어렵게 되며, 하지 동맥이 좁아지면 걷거나 운동 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심장마비, 뇌졸중 외에도 말초 동맥이 좁아지면 피부가 차가워지거나 창백해질 수 있고 상처가 잘 아물지 않게 된다.
◆ 생활습관 개선으로 사전 예방 중요
죽상경화증은 혈액 검사, 혈압 측정, 심전도 검사, 심장 초음파, 경동맥 초음파, 관상동맥 조영술, 관상동맥 석회화 검사, CT, MRI 등의 검사를 통해 확인 및 진단한다. 각 장기의 허혈 증상이 있어 의심되는 경우 필요한 검사를 선택해 진행하는데,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
만약 장기로 가는 혈액 공급에 이미 장애가 생겨 증상이 나타났거나 기능이 저하됐다면 좁아진 혈관을 넓혀줘야 한다. 혈관에 혈관성형풍선을 넣고 부풀려 좁아진 부분을 넓혀주거나 그물망처럼 생긴 스텐트를 좁아진 부위에 넣어 혈관벽이 좁아지는 것을 막는 혈관성형술로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이 여의치 않는 경우 자신의 다른 혈관이나 인공혈관을 이용해 좁아진 부분을 우회해 연결하는 우회로이식술이 필요할 수 있다.
죽상경화증은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 관리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의 함량이 낮은 식이섬유와 과일 및 채소 위주의 식습관이 좋다. 또 매일 30분 이상 걷기, 달리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통해 대사를 원활히 하고 적절한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흡연은 혈관 건강에 매우 해롭기 때문에 금연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있다면 약물치료를 병행할 필요할 수 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김민식 과장은 “흡연하는 사람, 가족력이 있는 경우, 비만, 운동부족인 사람, 기저질환으로 당뇨가 있으면서 다른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위험군이”이라며 “특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음주나 흡연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혈관 건강을 해치게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